냉동삼겹살이라고 하면 어릴때에나 먹어본, 싸구려틱한 이미지가 강한 것이었다. 젤 싼 냉동고기였는데, 서른 즈음이 되고나니 이것도 급이 있더라. 좋은 고기는 어릴때의 기억처럼 마분지를 씹는 맛이 아닌 기름진 고소함이 가득한 맛이난다. 더욱이 어릴때와는 다르게 파채도 한입 하고 알싸한 생마늘도 곁들여서 시원하게 소주한잔을 털을수 있으니 어릴때의 알던 맛에 몃곱은 더 맛있게 느껴지는듯 하다.


불판 자체는 을지로3가쪽 한도삼겹살에서 쓰던 불판이랑 닮았다. 은박지를 깔은것도 그렇고, 냉동삼겹살이 대부분이 다 이렇다. 기름장도 그렇고, 고기기름 흐르 곳에 생마늘을 미리 올려놓으면 좋은것도 그렇고, 다른곳보다 좋은 점이라면, 마늘쫑과 꽈리고추가 반찬으로 내어져 나온다.

고기에 곁들여 쌈장찍어 먹거나 하면 좋지만, 불판에서 흐르는 고기 기름에 볶듯이 구워서 같이 먹으면 향미가 한층 좋아진다.

그리고 비냉이건 물냉이건 후식으로 후루룩 하면 세상 좋다.


냉동 삼겹살은 8천원, 서울불고기 스럽게 국물 부어가며 구워먹는 옛날 돼지갈비는 9천원. 옛날돼지갈비도 맛있지만, 가게 입구 야외 테이블에서는 냉삼만 가능하다. 




오늘 딱 날씨가 시원해져 버렸다. 엇그제만 하더라도 더위가 지긋지긋 했는데, 가을같은 느낌이 물씬....

뭐 먹은건 며칠전이라 느낌 그대로 살리자면, 더워 죽겠는데 누가 미쳤다고 고기구워먹겠느냐! 라는 생각으로 들리는곳이 한양왕족발집이다.

신촌에 다른 족발집들은 있겠지만, 반찬 튼실하고 편하게 먹기에는 여기만한 곳이 없다.

보통때라면 족발이지만, 덥울때는 시원하게 냉채족발이 최고다. 반찬에 육회에 한잔하다가 냉채족발 한쟁반? 을 받아서 겨자를 죄다 뿌리고 얼기설기 뒤섞어서 야채를 듬뿍 얹어 족발을 한점하면, 시원하니 좋다. 족발집 답지않게 슬러시소주가 기본이다.


가격마저 아름다운 3만원대, 안갈수가 없다.




똥집튀김을 먹으러 몃번 가본적이 있던 집이라 그런지 똥집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긴 했지만, 마녀똥집 이집은 가게이름에 똥들어간거 답지않게 실내가 여자애들풍? 스러운 까페같은 느낌인 것처럼, 똥집튀김집 답지않게 바삭한 치킨이 꽤나 별미다.

보통 치킨에 튀김옷 많으면 별로라고 하는데, 이집은 이 튀김옷이 제맛. 튀김옷을 바삭하게 씹으면서 나오는 닭고기가 맛의 정점을 이끌어준다.

아주 굿이다. 양이 얼마 안되지만, 그만큼 만원밖에 안하는 저렴한 가격이 자꾸 가게 만든다.


다만, 가게가 카페스러워서 소주를 푸대기엔 좀 낮간지럽다.




역대급으로 더운 요즘에 미치지 않고서야 술안주로 맵고 더운 국물을 먹을까 싶지만, 마라탕 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맛있는 녀석들에 나와서 웨이팅이 약간 있지만, 그걸 감수하더라도 먹을만한 곳이 라화쿵부. 마라탕이 아주 굿이다.


가게문을 들어와서 좌측의 마라탕 재료를 재량껏 담는다. 나같으면 일단 고수를 한주먹, 중국식 넓은당면 한주먹, 새송이, 건두부, 알배추, 청경채, 숙주를 는 꼭 넣어줘야 한다. 그리고 고기국물 맛나게 스지꼬치 많이, 소세지 적당히 넣고 무게에 따라 계산하고 번호표를 받아서 착석.

1층이 많이 붐벼 천천히 먹으려 2층으로 올라간다. 냉장고에서 소주 꺼내고 잔 꺼내고 기다리면 탕이 나온다. 그릇은 호프집에서 많이 보단 빙수나 과일화채 그릇이....  만드는데 별게 있느건 아니고, 채반에 담긴 야채류 썰어서 걍 마라베이스 국물에 끓인거다. 마라소스 사서 집에서 만들어먹어도 이맛은 나지. 그래도 역시 와서 먹어야 제맛인거다.


맵고 얼얼한 국물이 여러사람 먹기 쉽도록 세지않다. 테이블에 비치된 매운 양념장을 더 넣어서 먹고, 꿔바로우도 시켜서, 중국간장을 충분히 뿌려먹는다. 먹다먹다 보면, 입안이 마비되 계속 양념장과 간장을 더 넣어서 먹게된다. 다먹으면 땀찔찔이가 되지만 관계없다.


맛있으면 장땡이다.




날은 덥고 불은 싫다. 그렇다고 풀만먹을수도 없고, 다 익혀나오는 수육은 질리고... 뭔가 색다른 술안주가 필요해서 찾다찾다 딱 한번쯤 가고싶은곳에 딱 꽂혔다. 무엇보다 집에가는길에 지나치기만 해서 궁금하기도 했다.


가게는 꽤나 오래되어 보인다. 오래 장사를 했다는거는 2가지의 경우가 있다. 맛있어서 장사가 잘되어 롱런하거나, 건물주라서 임대료에 부담이 없거나... 후자는 모르겠지만, 전자는 해당이 된다. 해물 볶음과 탕류의 메뉴가 이것저것 있지만, 가장 안전한 쭈꾸미차돌박이 (12,000) 를 2인분 시켰다. 요즘 프렌차이즈나 유명한집 처럼 그득한 양념에 쭈꾸미만 있는게 아니라 해물찜 처럼 이런저런 야채가 많이 섞여있다.

야채에 고기를 싸고, 깻잎절임이나 쌈무에 싸서 먹고 마신다. 콩나물과 쪽파는 아삭아삭 식감이 좋다. 맛은 다른 테이블들을 채우는 손님의 나이대를 반영하듯 순한 맛이다. 요즘 애들이 좋아할만한 딱 때려버리는 강한맛이 아니라 별로일것 같지만, 그렇게먹으면 일찍죽는다.


안주는 순했지만, 음주가 순하지 않은게 문제다....




신촌에 술집이 뭐 다 거기서 거기다 라고 할만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좀더 나은곳을 찾자면 이곳 정도.

저렴한 가격대에 준수한 수준의 안주를 뽑아내준다.



뭐 매일 마시는 술 어디서 뭐먹냐는것이 그렇게 중요하느냐마는, 2차로 가볍게 한잔하며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다.

가볍게 각 만원짜리 안줏거리를 고르고 소주도 한잔, 맥주도 한잔, 나뭇빛 가게안은 아늑해서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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