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에 처음 알게된 대학 동창놈들과, 언제한번 같이 놀러가자, 바다가서 여자꼬시자, 밤새 술을마시자, 라며 계획만 세우길 십년... 벼르던 여행을 가게되었다.
뭐... 여행이래봐야 짐풀고 해수욕장 내려가서 캔맥주나 뜯으며 짠물에 발좀 담그고 나온게 전부이지만... 뭐니뭐니 해도 놀러가면 제대로 먹는게 남는거니, 마트에서 제대로 장을봐서 저녁준비를 한다.
즐거운 저녁을 위해서는 제대로된 기본이 되어야 한다.
고기에 술 뿐이라면 쉽게 지치기 때문에 탄수화물 보충용 밥이나 감자, 고구마는 있어야 한다. 거기에 잘익은 김치 한포기는 사지말고 집에서 먹는 김치를 싸가야 제맛이다. 쌈싸먹을 포장지들은 마트에서 모듬쌈으로 조금씩 여러가지 있는걸 싸게 살수있다.
그 포장지에 쌈무 하나정도는 있어야 입안이 즐거워진다. 고기를 구울때 허브솔트는 필수이며, 알콜이 재미있어 지려면 레몬쥬스도 한개정도 챙겨둬야 한다.
숯 그릴 세트를 주문했는데, 숯은 몃개없고 번개탄이다. 이전에 쓴 내용처럼 장작이 최고이며, 숯은 평타이고, 번개탄은 지랄맞은데... 테스트할겸 쫄깃한 껍데기가 붙은 목살로 테스트구이를 해본다.
역시나 시커멓게 그을음이 붙으며 탄다.... 불 가운데에 익힐 고기그릇과 바지락 술찜을 올리고, 고기를 곁다리에서 굽는다.
2015/07/27 - 여름전에 다녀온 캠핑 - 포천 우리캠핑장
이것이 숯불구이의 정석.
번개탄도 활활 타고난후에 잔열이 남을때 쯤이면, 그을음 없이 구울수 있어 고기를 가운데에 올리고 허브솔트를 살살 뿌려준다.
통마늘과 양송이는 따로 그릇에 기름없이 천천히 굽게 만들고, 고기가 다익어 남을때엔 통마늘 양송이 그릇에 올려두면 편하다.
위에는 바지락에 청양고추 마늘썰어 대충넣고, 소주 한컵을 붓고 바지락 술찜을 한다.
아래의 이상하게 보이는건 마트에서 삼계탕용 닭을 싸게팔길래 한마리사서 손질한 뒤, 돼지갈비 양념에 청양고추를 넣고 재워두었다. 은박 그릇에서 짠 양념에 끓여 익힌 뒤에 숯불 곁다리에서 천천히 한번 더 익히면, 짜고달고맵고 작은 닭이라 퍽퍽하지 않고 숯불에서 오래구워 쫀득한 맛이나며 숯불향이 기가막히다.
술맛이 기가막히다.
정신없이 굽고 굽고..
왼쪽 위에 하얀건 양파인데, 껍질붙은 생양파를 통째로 올려놔도 좋다. 껍질을 태우면서 속을 익히기 때문에, 촉촉하며 단맛이 나는 양파를 먹을수 있다.
맛과 향이 아직도 느껴지는듯 하다.
아래의 닭구이는 그 쫀득함이 마치 족발의 그것과 흡사할 정도였다.
대미중 하나는 역시 바지락 술찜이다.
쉽고 싸고 맛있다.
은박지 그릇에 대충 때려?넣고 소주붓고 뚜껑닫고 끓여서 연기가 풀풀나면 끝
마트에서 산 바지락이라 해감이 되어있어서 바로바로 까먹어도 맛잇고, 수저로 한입씩 퍼먹는 국물도 알큰하게 맛있다.
(바지락만 먹을꺼면 소주만, 국물도 마시려먼 소주두잔, 물반컵이 좋다.)
고기를 끝도없이 먹어대다 불이 다되어 번개탄 몃개를 까넣으니 저모양.... 아까운 고기 다탄다.
양파는 것껍질을 태워 익혀서 속은 사근하고 달다. 쫀득 달콤짭짤한 저 닭다리는 섹시하기까지 하다.
남자놈들 셋이가서 별걸다사서 해먹었다. 새송이도 있었다니...
위에껀 내가 준비한거고, 동막해수욕장을 한바퀴 돌면서 불꽃놀이도 하고, 맥주 두어캔을 더 까먹고 팬션으로 돌아와서 친구놈이 2차 술상을 차린다.
구워먹던 감자랑 고기남은거에, 김치에 계란 스크럼블과 크림스프에 라면사리 넣고 까르보나라 란다.
이것도 요리라고-_-+
소주페트 2개를 더먹고, 맥주페트도 두개를 더먹고서야 제풀에 지쳐 숯불저녁이 끝났다.
숯불저녁, 손발이 피곤하면,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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