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덕후 아버지 덕에 이곳저곳 장어먹으러 다니는 도중, 파주에 맛있다는 갈릴리 농원으로 갓더랬다.

이쁘게 꾸며진 정원이 좋아 구경좀 하다가 식사하러 가보니, 이건 뭐 좁고 북적이는 공장같고 그나마도 대기가 1시간 이란다.

암만 좋다해도 불편해서 도저히 못먹겠어서 다른곳 찾으려다 보니, 갈릴리농원 바로 언덕뒤에 있는곳이 선운사 풍천장어다.


외관은 뭐 기대할게 아니라 그냥 갔지만, 나름 괜찮은 실내에 가격도 괜찮고, 장어도 먹을만 하다.

그래서 맘편하게 3키로 먹음..;;;

복작복작 한곳 보다는, 차라리 좀 트인 이런곳에서 맘편히 몸편히 먹는게 훨씬 낫지... 




솔직히, 장어를 찾아다니면서 먹지는 않는다.

20살때 여자친구 손에 끌려서 (어째서-_-;;) 장어구이를 먹은적이 있었는데, 그나이에 무슨 돈이있겠다고, 제일 싼 집에서 먹었더랬다. 그 아이 딴엔 여러가지 생각해서 였겠지만, 그때는 회한점도 못먹던 때여서 억지로 집어먹은 기억이 있다.

그 아이 에겐 미안 하지만, 첫 장어의 기억이 몸서리칠 만큼 안좋아서 지금에와서도 장어를 먼저 손에 꼽지 않는다.


특히나 장어를 먹는다 하면, 적당하게 1인분 or 반마리 정도 해서 감칠나게 맛을보며 식사하거나 반주하는게 좋은데, 퍼스라지고 기름기 가득한 것을 복분자와 함께 미친듯이 퍼먹고 몃십만원의 영수증을 자랑스럽게 끊으면 마치 정자생성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남성호르몬이 광견병걸린 개 주둥이 마냥 줄줄 흘러내리는듯한 느낌이 드는건지, 당신이 요즘 빨? 이 안받는다고 장어를 먹어야 한다는 이유가 사실 지나치게 기름진 식사와 피로누적, 술과 담배라는건 모르는 모양인지 영수증을 달랑거리며 참 느지막히도 지갑에 쑤셔넣고 2차가서 한잔 더하자는 성화를 몃번이나 격어보고, 장어에 대한 감정은 점점 좋지 않은 편으로 달아났다.

그래도 요즘은 그때의 난리치던 분들이 장어를 고아먹어도 몸에좋다는 뭘 먹어도 잘 안된다는? 걸 알아챘는지, 몃년간 먹으러 가자는 말이 없어서 참 다행이었다ㅋㅋㅋㅋ


그리고, 요즈음에는 다시 장어생각이 날 때가 있다.

서울 안에서 먹은 장어들은 살이 무르고 비린내가 날 때가있다. 개인적으로 생강을 별로 안좋아해서 두어조각 정도만 넣을 때가 많은데, 그럴수록 잡내가 많다. 결국은 감칠맛을 내는것 보다 잡내잡으려고 먹는게 생강인듯했다.


그래서 강화도 쪽이 좋다.

다 큰 장어를 뻘에 부어놓고 굶겨놔서 먹이활동에 활발해진 만큼, 살이 탄력있다. 그리고 그만큼 장어 살 맛이 진하다.

파주쪽처럼 구워질때 퍼지지 않고, 구워지면서 근육이 수축해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난다. 미리 잡아서 손질해놓고 냉장고에 넣어뒀다 쓰는게 아니라서, 불판에 올리면 파르르르 떨리면서 구워지는걸 보는 재미가 있다.


숯불구이에 자신있는 사람이 세심하게 구워야 한다. 장어 살이 수축하기 때문에 넉놓고 있으면 겉은 타고 속은 안익는다. 꼬리는 시작부분이 굵고 꼬리부분이 얇다. 화로 주변부에 옮겨서 시작과 끝이 다 익으면서 꼬리끝이 타면안된다. 만약 남자끼리 가서 먹는데 꼬리를 태운다면, 당신이 막내가 아니길 바란다. 당신 위로 있는 사람들한테 한대씩 쥐어박힐 것이다ㅋㅋㅋㅋ


노릇한 빗깔이 뜨면서 잘 구워진 장어를 생강 없이 적당한 소스를 조금 찍어 씹는다. 이빨이 들어가면서 껍질부분이 '바삭' 하고 부숴지고, 탱글한 장어살이 으깨지며 그 기름지고 진한 살맛이 뿜어져 나온다.

생강이나 장, bbq소스같은거 없이 소금 조금 찍어서 먹기만 해도 맛이 좋다. 다른 맛이 추가될 필요가 없을 정도...

가격도 강화도 근처에 비하면, 1kg에 만원은 싸다. 뭐, 다른것 보단 이게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 가족의 강화도 나들이코스로 지정된 장어집.

1kg에 56,000원정도의 괜찮은 가격대와 넓고 룸식으로된 괜찮은 실내, 그리고 탱글탱글하니 식감이 팡팡 터지는 장어맛이 예술.

서울 안에서 먹는 양식장 장어의 퍼져버리는 살고기 맛과는 다르게, 탱글탱글하니 육질이 단단한게 씹으면서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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