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는 그랬다.
쥐뿔 돈도없는데 술은 꼭 가게에서 사먹고 싶이서 돈좀 모아서 가게에서 진탕 술을 마시고 집에는 걸어가는 멍청한 놈들이었을 시절이었다. 그 와중에는 소주한병 더먹으려 싸구려 안주조금에 소주를 마시다가, 언젠가 배부르게 고기먹고 싶어지면 가는곳이 공덕동 시장의 족발골목이었다.
족발골목 앞쪽에는 메이저급 족발집들이 자리하고있다. 족발을 산처럼 쌓아놓고 그 산처럼 쌓인 족발이 하루만에 다팔릴 정도로 인기인 집들, 그리고 그집을 지나쳐서 더 들어가면 인기없고 앞에 족발집들 사람 꽉차면 들어가는 비인기 마이너 족발집들.. 이 마이너집들은 족발도 깍둑썰어서 주는 희안한 집이 있었다. (그리고 가격이 메이저보다 좀더 쌋다. 소주한병 더 사먹을 가격....)
여튼 앞렬의 궁중족발로 갔다. 이상하리만치 버스정류장 바로앞 가게는 꺼려진다. 이모님께 인사하면 이모님은 술많이 먹을것 같은 놈들은 가게 안쪽에 안쪽의 지역으로 이동하라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술잘먹는 등치좋은 남자놈들 + 멋모르고 술먹는 어린애들 + 술에 만렙된뒤 고꾸라진 어르신들의 알콜파티 대잔치 상태다.
뭘 고르고 자시고 그런거 없이, 걍 족발대짜 소주두병 사이다 하나 로 주문을 시작한다.
조금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지 밑반찬들이 오래되서 마르지 않고 촉촉하다ㅋㅋ
잠시 후 순대와 간이 썰려나온다. 바로 소주를 따고 한잔한다. 바글바글 끓는 순대국도 한그릇 내오는 순간 알콜파티가 시작된다. 주문한 메인은 족발이지만 '무한리필' 이라는 압박감이 멍청한 남자놈들을 서비스메뉴에 집중하게 만든다. 결국 족발이 나오기 전에 순대한접시와 순대국이 바닥나고 리필을 요청. 소주도 다시 두병을 주문한다.
족발이 나오고 그제서야 정신이 퍼뜩 든다. 족발 양이 생각보다 괜찮다. 껍질은 쫀득하고 고기는 부드럽다. 기름진 고기에 새우젓을 찍어서 먹고 순대와 간도 먹고, 깻잎이 많이 들어간 순대국도 연거푸 떠먹는다. 고기를 몃인분이나 시키고 그런거 없이 굶주린 짐승마냥 척척 퍼먹고, 퍼마시고, 신사적으로 리필을 요청한다.
그래도 족발은 3만원 이었고, 퍼마신 소주병만 추가해서 계산하면 된다. 몸은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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