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만 해도, 공덕시장의 전집과 족발집은 돈없는 20살짜리 꼬꼬마 들에게는 음주의 천국이었다. 만원어치 전과 튀김을 골라집으면 바구니를 한가득 채워서 세명이 저녁겸 반주하기 좋았고, 그옆에 족발집이야 2만원 대에 대자 하나로 5명이 무한리필 순대와 순대국을 밥말아 배터지게 먹는 오병이어급 기적이 탄생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나올때, 겁나게 욕하고 다녔다. 가뜩이나 방송 좀 타면서 사람 몰리고 변할거 같은데, 무한도전 떠버리면 내가 갈자리는 없겠구나 싶었다. 역시나.. 전집은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기위해 분점을 2층에, 2층의 옆라인의 넓은 별관까지 만들어서 아주 떼돈을 벌었을거다.
그리고 난 단골급에서 뜨네기로 전직했다.
부침개는 밀가루냄새가 날때가 있고, 전은 계란내, 튀김은 바삭이 아니라 꽈삭이 되어가고, 홍어무침이라고 우기던 가오리무침은 무말랭이로 대체되고, 여름이라 나온 오이냉국은 세상에 이 간장 국물이 뭐지? 싶었다. 모든게 사장님의 분점과 재산으로 승화되어 날라갔나?
그래도 가고싶어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한번쯤 간다.
궁금해 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별미로 한번쯤은 데려가서 고르고 주문해서 먹기는 한다. (이걸 별미라고 할수가 있나?) 그리고 기름에 절어져가는 목구멍을 위해 반쯤 먹을때 세상 매운거 말고는 맛도없는 불어터진 떡볶이를 주문한다. 그거 찍어 먹으면 그나마 만원어치 먹는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십여년이 지났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내 어릴적의 추억은 역시나 추억으로 남았고, 이제는 만취해 비틀거려도 사람들 비집고 잘만 들어가던 그 골목이 생경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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