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그런날이 있다. 뭘 해도 안되고,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고,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은날이다.

딱 보면 분식집이다. 가게 겉면을 '매운갈비찜' 으로 도배해놔서 그렇지 없었으면 떡볶이 팔거같이 생겨서 그냥 지나칠것 같았다. 안그래도 점심에 지나칠때면 라면에 돈까스 팔길래 정말 분식집인줄 알았다.


근처에서 일하던 친한 친구와 퇴근길에 만나서 대충 자리를 잡는다. 테이블이 갸우뚱 거리며 물어보길래 얼른 돼지갈비찜 중간맵게 2인분이랑 참이슬 두병을 시키고 한병을 까서 뚜껑을 테이블 모가지에 끼운다. 맨김과 오뎅, 단무지에 반병쯤 먹고, 빈속을 노다니는 술이 느껴져 주먹밥도 하나 시킨다.

주먹밥에 한잔 넣다가 매운갈비찜에 한잔 넣는다. 처음엔 스트레스가 날라가는가 싶더니, 얼얼한 매운맛에 '치킨이나 뜯을껄' 이란 후회를 한다.

그러면서도 또한잔을 넣고, 테이블에 몃병이 쌓이고 양은냄비는 비었고, 아쉬움만 채워졌다.

볶음밥을 주문해서 냄비를 채운다. 그리고 테이블엔 한병이 더 쌓인다.


계산하고 나와 가게밖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머릿속 더운내가 싹 달아난다. 이정도 행복이면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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