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의 청진식당은 굉장히 유명한 곳이다. 블로거들이 카메라를 들고 종각을 헤집기 이전부터 유명한 곳이었으니까... 그때야 알음알음 찾아가는 곳이었고, 열악한 주머니에 건더기를 아껴먹고 남은 건더기에 밥을넣고, 쌈과 반찬을 다 털어넣어서 비벼먹던 맛이었는데, 그게 제맛이라고 다들 따라 한다니...

그때는 불고기파, 오징어볶음파가 서로 무슨 찍먹, 부먹 나뉘는것처럼 나뉠때도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짤없다. 모든 테이블이 각자 시켜서 둘다 때려넣고 섞는다;;; 인터넷에 만날 섞어먹는다고 글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여기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 곳이다;;


불고기야 어딜가든 기본빵은 하는 맛있는 메뉴이고, 오징어 볶음은 매운 양념에 살짝 덜익은 양파가 달고 아삭하니 오징어와 같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소주한잔 마시고, 불고기 한입, 소주한잔 마시고 오징어볶음 한입, 상추에 쌈을 싸서도 한입 하면 좋다. 건져먹을것을 만족할만큼 충분히 건져 먹었다면, 공기밥을 또 시킨다. 불고기와 오징어볶음의 남은 양념을 불판에 모조리 쓸어넣고, 바닥의 은박지가 찢어지지 않게 설설 비벼서 넓게 편다. 만약 여성과 함께 먹는 자리가 아니라면, 체면차리지 말고 반찬을 쓸어넣는다. 상추도 북북 찢어넣고, 무생채도 넣는다. 김치는 신맛이 심하니 패스. 그리고 잠깐 뜸을 들이고 먹으면 그게 별미다. 공기밥이 이렇게 쑥쑥 잘 넘어갈 줄이야..


단점이라면, 좁고 불편하다. 정말 불편하다. 퍼먹고 있는데 출입문 앞에서 웨이팅 하는 사람과 눈마주치면 정말 불편하다. 진짜...






재개발 한다더니 안헐어버리고 아직까지 살아남은 피맛골의 마지막 구역에는 숨은 술집들이 남아있다. 개중에는 장사좀 된다싶어서 건물 재개장 하는곳도 있고, 국민포차 처럼 인테리어와 머리에 박치기 하기 좋게 천장에 휴지봉다리를 달아놓은 허수레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곳도 있다.


일단 입장하면 '쎄멘' 바닥 인테리어에 놀라고, 은근히 냉방이 괜찮아서 놀라고, 평균 연령이 잔치한번씩 하셨을법 해서 놀란다. 그리고 기가막힌 가격에 놀라고, 음식맛에 놀라며 결제후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다. 고퀄은 아니지만, 그만큼 가격이 착한 탕수육은 꼭 먹어야 하고, 촉촉하고 보들보들한 팔뚝만한 삼치구이가 술안주로 딱이다. 국물도 한그릇 하고, 마지막으로 밥겸 짜장이나 짬뽕 한그릇으로 든든하게 식사하고 일어나면 2차생각이 안들정도.


배부르고 맛있었으면 됬다. 더 바랄게 뭐가있냐.



찬바람 쌀쌀하게 불며, 이제는 따땃한 안줏거리가 잘들어가는 계절이 왔다. 그래봤자 맨날 고기구워먹지만...

퇴근길 종각의 하고많은 고기구이집들 사이에서 '연탄' 하나만으로 굉장한 매리트와 희소성을 자랑하는곳이 일번지다.

고기야 이런저런 메뉴가 있고, 하나하나 다 맛나는 메뉴들인 데다가 연탄의 그 강려크한 화력으로 고기를 괴롭혀 버리니

씹을때마다 감동의 감칠맛이 밀려든다.


여름이야 미칠듯한 더위에 에어컨 앞 명당자리만 있을때 간다하지만, 쌀쌀해지는 이 계정이야말로 따따시한 연탄구이의

제맛을 보기에 딱좋은 날씨다.




꼭 그럴때가 있다. 운수없는날은, 그날 저녁 술한잔을 하려해도 재수없게 메뉴가 영 맛대가리 없게 나오거나, 재료가 신선하지 못해 냄새나거나 한다. 종각의 연차좀 되는 가게들이 꼭 그렇다. 그러면 그날 하루 망친거지. 일하는데 운도 없고, 기분도 별로였다. 그리고 저녁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데, 지친 심신이 술자리까지 걱정을 하지 않게 하려면 역시 백세주마을이 최고다. 

해물파전 한장을 시켜도 짜고시어빠진 흐물거리는 양파나 절임이 되버린 고추간장이 아니라, 산뜻하게 무쳐진 나물과 함께한다. 문어무침을 시키면 서너종류의 야채와 곁들여서 신경을 쓴 느낌이 온다. 가장 맛있던것은 참소라 숙회... 해물류는 좋아하지 않은데, 이렇게 달고 맛있었나 할 정도로? 이곳에서 새롭게 맛을 느낄 줄이야...


술 종류야 백세주마을이라면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종류는 많고 그만큼 행복해질수 있다.




종각 보신각 뒷거리가 변화가 있는 가운데, 오빠닭 건물도 철거하고 그래서 그주분은 안간지 몃달되었더니, 이바돔감자탕 있던 자리에 갈비집이 들어섯더랬다. 가격도 좋고 맛도좋고 반찬도 잘깔려서 굿이라고.... 그려면 가야지


9천원대의 갈비살이 주력 메뉴이고, 내부는 깔끔하고, 반찬 정갈하니 괜찮고 세트메뉴 가격이 저렴하다. 이정도면 가성비가 굿이라고 할법하다.

식기류도 쌈직하지 않아서 누군가와 같이 오기 좋아보이고, 고기도 맛있다.


뭐 반찬 셀프도있고 뭐도있고 한데, 이날 기분좋아서 만취하느라 고기 맛있었다는거 외에 기억이 나지 않.......




꼭 매운걸 땡긴다고 매운갈비찜을 찾아먹어야 하나. 걍 고기먹고싶어도 가는거다. 만날 숯불할수도 없는거고, 수육이나 족발은 질리고, 여름철에 회는 아니지. 그럼역시 매운갈비찜 한번 먹으러 가는거다.

종각에서는 딱히 매운갈비찜을 맛집이라고 할만한 곳은 여기빼고 못본거 같다. 별거없는 분식집 같은 가게이지만 양은냄비에 담겨나오는 1인분 만이천원의 갈비찜은 항상 군침을 돌게 만든다. 주먹밥은 필수이고 볶음밥은 선택이다.


하지만 볶음밥을 선택하지 않을순 없지ㅋ




타죽을것 같은 더위여도 스트레스 좍좍 받는 하루가 끝날 때에는 술한잔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트레스에는 역시 매운맛.

불닭, 닭발, 매운갈비찜도 좋지만, 이갈릴것같은 하루였다면, 빠득빠득 씹기좋은 오돌뼈도 좋다.


3만원 세트메뉴로 오돌뼈, 주먹밥, 계란탕 을 주문하면서 쌓인 스트레스의 양에 따라서 맵기를 조절하고, 빈속이니까 주먹밥을 만들어서 한입, 타들어가는 속은 샐러드와 계란탕으로 달랜다. 매운맛이 정수리까지 올라가면서 스트레스를 뽑아내주면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리고 2차를 가려 가게를 나오면 상쾌한 바람이 땀을 식..... 혀주진 않고 드럽게 덥네.


겨울에 와야겠다.




원래는 하지 않을 짓이다. 소곱창집에서 야채곱창이라니...

근데, 소곱창이 너무 안땡겼다. 전날 소고기먹고 아침에 곰탕먹고 점심에 크림잔뜩 들어간거 먹었더니, 소쪽은 진저리가 나더라. 그래도 모임이 곱창집으로 잡혔으니 오긴 왔는데, 눈에 띄는게 야채곱창.... 그래서 그냥 소곱창 집에서 야채곱창 먹었다.


우거지 뚝배기가 나오고 콩나물, 양배추샐러드가 나왔다. 소주먹기 적절한 우거지 국물에 씹기좋은 반찬.. 야채곱창은 그야말로 양이 미쳤다.

동그란 철판에 곱창과 야채가 많고 당면을 가득채워놨다. 만원짜리 야채곱창 2인분이 이정도가 말이되나

맛도좋고 양도 많다. 맛있게 잘먹고 나니 배불러서 2차를 못가겠더라...


사람들이 여기서 야채곱창 안먹는 이유는 너무 배불러서 였을까?



청진식당에서 삼해집으로 골목에 들어가면 한참은 오래된 3층짜리 호프집에 손님이 바글바글 하다. 개중 셋중 둘은 시켜먹는것이 오돌뼈다.

보통은 오돌뼈 + 주먹밥 + 계란탕의 세트메뉴를 시키는게 정석, 주먹밥에 오돌뼈를 1/3 이나 절반정도 넣어서 매운맛을 조절해 주먹밥을만들어 술안주를 하고, 매운 속을 계란탕으로 달랜다.

오돌밥에 같이 주는 김을 싸서 먹고, 오독오독한 뼈를 씹으면서 소주한잔을 털어넣는다. 짭쪼름한 맛이 지나가면 소주로 써진 입맛을 계란탕으로 달래고, 이번엔 오돌뼈만 한젓가락 먹어본다. 제육볶음같은 고기맛과 부담없게 잘 씹혀지는 오돌뼈, 왠지 된장느낌이 조금 나는듯한 기분좋은 매운맛이 그날 하루 쌓인 여독을 달래준다.


뭐 이렇게 먹는 정도의 길이 있는가 하면, 사파의 무리들이 벌이는 양배추샐러드를 주먹밥에 넣어 같이먹는 짓도 해볼만은 하다. 색다른 맛을 볼수있을 것이며, 개밥같은 비주얼 때문에 술자리에 같이있는 다른 이들에게 욕을 먹을수도 있을거다.




뭔 그지같은 물회먹고 대실망 한 이후에 한동안 물회를 끈었다가, 사천진 장안물회를 접하고 난 이후 물회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2018/07/09 - 강릉 여행중에 인생물회를 만났다 - 사천진 장안횟집


거부감이 없어진 지금 암거나 쳐묵기 보다는 뭔가 제대로된걸 먹어야 앞으로도 계속 거부감 없이 물회를 접하게 될 것 같아서 퇴근길에 급하게 가게된 곳이 종각 해변마을 2호점. 복도형 드럽게 좁은 가게에 맞은편 18번가보다 북적대는 손님들이 이리저리 끼어서 회와 물회를 먹는 곳이다,

비온날 이어서 사람이 조금 덜할때 다행히 안쪽에 편한 자리를 잡고, 물회를 딱 시킨다. 세숫대야만한 큰 접시에 온갖 해물과 횟감이 그득 쌓인 물회가 한대접 나오면, 꼬들하고 짭쪼름한 건더기에 술한잔 하고, 알콜에 목맥힐때 국물한숟갈 집어넣는다. 캬아 크으 캬 하며 연신 떠먹고 마시고 후르릅 한다.


고깃집에서 5만원어치는 안아까워도 회나 해물이 5만원어치면 비싸다고 안먹는 나였는데, 대만족이다!!

이 맛있음은 기록해야 한다.




작년부터 몃번이나 가던곳, 이유는 소주가 2,500원이니까.

뭐 그것도 있지만, 천날만날 치킨이나 닭도리탕이나 먹다가 베이징 닭이라는 메뉴한번 먹어보고 닭요리의 선택폭이 넓어져서 가게되는 곳.

닭도리탕 맛이야 평타이상은 치고, 쏠쏠히 집어먹기에 꼬막도 좋다. 베이징닭은 족발같은 소스에 덮혀 나오고, 고기를 잘게 찢어 양념을 푹 묻혀서 대파와 오이하나 같이 해서 씹으면 맛있다. 그리고 뭔가 아쉽다.


아! 전병과 춘장이다. 베이징덕의 닭버전, 그래서 베이징 닭이었구나!!




뭐 술집이 거기서 거기지, 안주 뭐 술먹는데 속 부대끼는 것만 면하면 되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그냥 들어간 곳이 임창정의 소주한잔.

지하에 있는것 치고는 내부도 깔끔한 편이고, 에어컨이 빵빵해서 아주좋다.

메뉴는 별거없는데 못만들면 드럽게 맛업는 삼합류... 따로 하나씩 맛보면, 그릴에서 구운 버섯도 맛있고, 버터에 구운 관자도 맛있고, 차돌박이도 맛있고, 다싸서 털어넣으면 더맛있다.

이러니 간단하게 한잔하려다 두병... 세병...  술을 더 마실수밖에 없다.ㅋㅋ




그곳은 나를 물어보지 않으며, 나를 시험에 빠트리지 않으며, 항상 일정한 맛과 질을 지켜준다. 프렌차이즈 최고의 강점이며, 일정 수준을 유지하여 안심하고 주문할수 있도록 해준다. (모 대학앞 맛집골목의 볶음밥에 상추넣는 이상한 가게 빼고)


점심부터 부담스러워 먹고나서 더부룩한 속이 오후내내 길었다. 메뉴판을 받으면서 소주를 주문하고, 메뉴판을 뒤적거린다. 팔팔끓는 선지국이 얼큰한 내음을 풍기면서 다가온다. 더부룩함에 입맛없던 마른 입안에 침샘이 솟고, 국 안의 큼지막한 선지 한덩이가 식욕을 돋군다.

칼칼한 국물에 더부룩함은 싹 씻겨졌고, 양념하나 데리야끼 하나를 주문한다. 갈비맛이 나는 양념도 좋고, 타코야끼같은 데리야끼맛도 좋다. 한점에 한잔이 술술 넘어간다. 그리고 선지국을 리필...


속도 편안하고, 술도좋고, 친구와의 이야기가 좋았다. 뭐 어떠냐. 나한텐 이집이 꽤 괜찮은 맛집이다.




인생 별거없고, 이 가게 메뉴도 뭐 별거 없다. 뭐가 특별하고, 뭐가 특출나고, 뭐가 색다르고, 뭐가 남다른지 알필요도 없고, 알고싶지도 않은 날이 꼭 그렇다. 그리고 그런날은 보통 비가온다.

광주빌딩 지하로 내려가는길에 비에젖은 계단을 맨정신에 휘청거리고, 오만잡다하게 뒤엉킨 음식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소주 두병을 시킨다. 급하게 한잔을 마시고, 오뎅탕을 떠먹는다. 한결같은 맛이다. 친숙하고 아주좋다.

그제서야 메뉴판을 뒤적거린다. 회가있고, 고기가 있으며, 구이가 있고, 찜도있으면서, 탕이있고, 전이 있다.


대충 아무거나 시켜도 된다. 가게 밖에서 가득찬 실망이 여기까지 들어오진 않는다.




딱 그런날이 있다. 뭘 해도 안되고,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고,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은날이다.

딱 보면 분식집이다. 가게 겉면을 '매운갈비찜' 으로 도배해놔서 그렇지 없었으면 떡볶이 팔거같이 생겨서 그냥 지나칠것 같았다. 안그래도 점심에 지나칠때면 라면에 돈까스 팔길래 정말 분식집인줄 알았다.


근처에서 일하던 친한 친구와 퇴근길에 만나서 대충 자리를 잡는다. 테이블이 갸우뚱 거리며 물어보길래 얼른 돼지갈비찜 중간맵게 2인분이랑 참이슬 두병을 시키고 한병을 까서 뚜껑을 테이블 모가지에 끼운다. 맨김과 오뎅, 단무지에 반병쯤 먹고, 빈속을 노다니는 술이 느껴져 주먹밥도 하나 시킨다.

주먹밥에 한잔 넣다가 매운갈비찜에 한잔 넣는다. 처음엔 스트레스가 날라가는가 싶더니, 얼얼한 매운맛에 '치킨이나 뜯을껄' 이란 후회를 한다.

그러면서도 또한잔을 넣고, 테이블에 몃병이 쌓이고 양은냄비는 비었고, 아쉬움만 채워졌다.

볶음밥을 주문해서 냄비를 채운다. 그리고 테이블엔 한병이 더 쌓인다.


계산하고 나와 가게밖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머릿속 더운내가 싹 달아난다. 이정도 행복이면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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